개정판을 내기 위해 처음으로 전체를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을 쓰던 내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때 나는 그동안 믿어온 것이 다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위축되어 있었다. 방치되었다고 무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수행해야만 하는 일상은 매일 어김없이 닥쳐왔다. 밤이면 지치고 찡그린 얼굴로 가계부를 쓰며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 돼야만 했으므로 더이상 사랑을 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농담을 잘하던 시절이었다. 불행과 고독에 대한 태연한 농담들. 그것은 그때의 나에게 허용된 일종의 패기였다. 간절할수록 건조하거나 삐딱하게 말하곤 했는데, 내가 나에게 먼저 신랄하면 불운이 나를 좀 봐줄까 싶어서였다......

오늘따라
읽고 있는 책의 문장들을 따라 쓰게 된다.
긴 연휴가 끝나고 빈 마음이 남았다.
가족과 살을 맞댄 채 더 붙어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작가의 말처럼 나또한
수행해야만 하는 일을 어김없이 마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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