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작가 2

김호연의 작업실 납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란 책을 납치하여 막 작업실로 돌아왔다. (사실 책 이름을 갖다 쓸 때는 이렇게 생긴 괄호『』를 붙이는 게 맞겠지만, 오토노미111의 성미를 고려해 앞으로는 맘 편히 단꺾쇠를 쓰도록 하겠다.) 그냥 납치라고 하기엔 만 구백원을 지불하긴 했으니 정당한 납치라고 우선 해두자. 다름이 아니라 나는 워드 44페이지에 걸친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최근에 뭐 공부할 것이 있어 그것에 몰두를 했더니 창작의 감이 영 죽은 것 같아 얼떨결에 이 녀석을 납치해오게 되었다. 프롤로그에 김호연 작가가 남긴 말이 흡수가 돼서 좀 남겨놓으려 한다. 마음과 환경이 중요하고,그 마음과 환경을 만드는 일 역시 작가의 작업에다름 아니다.나는 마음이란 글자를 연두색 볼펜으로 그린 동그라미 안에 넣었고,환경이라는 ..

단상기록 2025.04.21

소년이 온다. 7~9p

*7p비가 올 것 같아.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처럼.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여름이면 콧 (이까지 썼을 때 한강작가의 변태적인 감각과 완벽주의, 이기려는 승부욕 같은 것이 느껴졌다. 예전에 몽고반점을 읽었을 때도 이런 비슷한 느낌의 집..

소설필사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