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p
(중략)
뭐 대단한 사연이랄 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연극영화과에서 매년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 수를 더하고, 십대에서 이십대까지 영화감독을 꿈꾸는 모든 지망생의 숫자를 더한 뒤, 실제로 영화계에 데뷔하는 한 줌의 사람들을 빼면 내가 기거하는 은하계가 완성된다. 누군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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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좌절하고, 술을 마시다가 질질 짜고, 죽음을 생각하다가 실제로 죽어버리고, 나중에는 그래, 죽으면 그만이지 뭐, 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그렇게 꺾이고 말라가며 한때 내가 꾸었던 꿈이 나를 산 채로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는 게 내가 속한 성운의 보편적인 서사다.
그러니 우는소리는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자. 자기 연민은 아주 지루한 이야기니까.
사실 읽으면서 아니 서술어를 그렇게 하지 말고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죠, 멈추지 말고, 더 듣고 싶단 말이야!
라고 작가에게 떼를 쓰듯 요구하는 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작가는 키가 크고 마른 오빠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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