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문단 첫 번째 문장을 쓸 때, 기사의 리드 문장을 쓰듯이 한다.
리드 문장이란, 기사의 야마를 담은. 문단 전체를 요약하는 대표 문장이다.
<예1> 열다섯 가을, 살이 찌기 시작했다.
이게 첫 번째 문장이고, 뒤이어 살이 찌기 시작하는 내용이 나온다.
'시작한다'는 동사의 특성상, 시작하기 전이었는데 시작을 해서 시작하기 전과 달라진 나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2> 가장 큰 변화는 식욕이었다.
역시 이 문장에 뒤이어 '변화'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물론 식욕에 대한 변화. '변화' 역시 보여줄 게 많은 단어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각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 수치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다.
29p에서 한 번 더 수치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녀는 일을 할 때 수치스러운 사죄와 다급한 수정, 송구스러운 부탁과 진짜최종마감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한다고 했다.
◆ 첫 문장에서 미칠듯한 몰입감이 느껴진다.
- 교복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 그리고 이번에는 5년 전 이야기다.
◆ 글로서 명암의 반전을 준다.
-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새것을 가질 수 있다.
- 다시 시작하지 못했다. 새것을 갖지 못했다.
→ 시작, 새것, 시작하지 못함, 새것을 갖지 못함에 대해서도 역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져온다.
[혹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내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나?]라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다.
작가는 그래서 상황을 가져온다. 추석 즈음 본가로 내려가 일주일 정도 쉬었을 때, 캐릭터인 지수는 이렇게 말한다.
겨우 며칠 쉬었을 뿐인데, 온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대화를 하고 이메일과 문자에 답장을 하며 보내던 일상이 죄다 꿈처럼 느껴졌다.
지수가 아니더라도 일을 하는 누군가는, 한창 일을 하다가 일주일 정도 쉬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생각 끝에 [혹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내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나?]가 따라붙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문장 [혹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내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니었나?]은, 이 문장만 보면 의미심장하다. 깊이가 깊은 문장이다. 작가는 애초에 이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벼르다가, 방금철머 자연스럽게 끼워넣은 걸지도 모른다. 물론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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