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다기록 ]

우울 when 6월 21일

오토노미 2025. 6. 21. 18:46

사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우울한 사람은 아니다. 
심리검사에서도 D가 전혀 높게 뜨지 않는다. 
D는 Depression을 뜻한다. 
 
일단 나한테 과거가 뭘 남기긴 한 것 같긴- 해서 뭔가를 좀 써야할 것 같다.
일종의 배설 작업이-
6월 21일 오늘 자의 나에게 필요한 셈이다. 
 
지난 주 월요일을 끝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생활이 끝나게 되었다. 
정말 놀랍게도. 
실업급여가 끊겼다-는 그 단순한 사실은 
나에게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히고 말았다. 
 
2013년부터니까 중간에 띄엄띄엄 몇 개월씩 쉬고 한 것을 제외하고 나면 
나는 약 10년간 일을 했는데.
조금 더 버무리고 넘어가자면-
나는 여러 조직에서 
말단 사원으로서 
중간 관리자로서
다시 말단 직원으로서 
다시 중간 경력자로서
다시 말하지만 약 10년간을 일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 일한 시간들은
웃고 울고 재미지고 뿌듯하고 짜증나고 폰을 던지고 싶을 만큼 열받고 행복하고 -- 그러다가 
다시 폰을 던지고 싶을 만큼 모든 걸 박살내고 싶다가도 다시 행복해서 미칠 지경이되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들이었다. 
 
이를테면, 
춘향이가 그네를 타다- 자신의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곧바로 널뛰기로 점프해버리는- 그러다 다시 모래사장 한 가운데 정수리를 박았다가- 슈퍼맨처럼 하늘 높이 치솟아 다시 그네에 안착하는 그런 직장 타임을 보냈던 것이다. 
 
피어오르는- 숱한 에피소드들. 그러나 다른 할 말을 해야하므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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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실은 안 미안하지만)
나는 더이상 직장생활을 하기가 싫다. 
 
그런데- 아까 말한대로 그 실업급여 중단 사태-가
예상치 못하게도 나에게
하나의 '타.격.멍.'을 남기고 만 상태인 건 분명하다. 
몽고반점 같이 생긴 '멍'이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 한 쪽에 들어버린 느낌이다. 
 
이른바
실업급여 시스템이 남긴 부담감 내지 책임감, 걱정. 
그것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썰을 풀어보겠다. 
 
나는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시킨대로 구직활동을 하였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나- 이기 때문에 대체로 영상을 보는 것으로 
매회 급여를 탔었는데. 
 
여튼 말미에 가서는 한 번은 회사에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회차에 실업급여를 위해 어느 직장에 지원을 했다가
덜컥 면접을 봐야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했다. 
붙을 생각 없이- 지원을 해 놓고서 
막상 그렇게 되니- 얼굴도-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그 회사에 
불쑥 붙고 싶은 것이었다. 
거짓말처럼 그런 욕심꾸러기 마음이 피어올라서
나는 적잖이 놀랐다. 
붙어버리면 그야말로 골때리는 상황이 펼쳐지는 거였지만.(나의 2025년 플랜이 왕창 빠그러지므로-)
면접 대기실에 앉아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몹쓸 나-란 인간
아니 엄밀히 말해, 몹쓸 내 안의- 욕심 꾸러기 자식.  
예고에 없던 일이었다. 
 
차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그 곳은 나에겐 너무 낯선 곳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구체적으로- 이다. 무슨 일을 하는 지는 알았지만- 구체적으로-는 살펴보지 못했다.)
생경했고. 
단 24시간도 마음 속에 품어본 적 없는 미지의 곳이었지만
면접장에 앉아 있던 나는 분명
아이러니하게도- 합격을 꿈꾸고 있었다.
 
놀랍게도 수---(십인지 수백인지 모르겠으나)  명 중에 단 3명만이 면접을 보게 됐는데.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면접을 보고 말았다. 
몇 번은 여우처럼- 잘 모르겠는 질문은 맨 마지막에 답하면서 말이다. 
 
혹시 붙어버리-려나? 붙으면 좋겠-어-그런데 붙으면 어떻게 하지? 
 
고민이 덩어리지던 찰나 결과가 나왔고.
나는 보기 좋게 낙방했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좀 슬프네. 눈물이. 또르ㅡ르. 
 
뭐 눈물을 흘렸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 마음 안에 
갑자기- 왠지- 
푸르딩딩한 멍- 하나가 생긴 기분이 들었다. 
뭐지 - 이 기  분 은- ? 
 
왜지 - 이 꿀 꿀 함 은 -? 
 
나는 한참을 시간을 태워- 
나의 우울-과 아주 미세하게 가까운 그 감정에 대해 - 알아차-리는 중이다. 
 
이 멍든 것 같은 감정이 무엇이냐-
면 그것은 아마도.
 
내가 갈망하는 일에 매진하지 못하는- 나의 관성-에 대한 불만족감.
 
솔직한 사실을 더 늘어놓으면-
그 직장에 합격한 자-는 다름아닌- 나와 함께 면접을 본 3명 중 1명이었던 
나의 대학원 동기- 였는데 
즉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 자가 거길 붙어서 굉장히 감사-하고 다행으로 여기는 모습에서 고개를 갸우뚱.

아차-! 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데.
난 여기서 뭐하는 거지? 
난 여기서 애매한 스탠스를 타며 웬 삽질을 시전 중인가-
하는 씁쓸함이 
와우.
곰의 생간을 씹기라고 한 것처럼 
그 씁쓸한 맛이- 온 입안을 감돌고 맴돌고 엎어치기를하는 것이었다. 
 
오토노미야. 넌 작가가 되고 싶잖아. 
안 그래?
네 꿈은 작가야.
 
작가가 되고 싶단 걸 2017년부터 생각해냈는데 
왜? 
이제와서 왜? 
모하니? 오토노미-? 노미-노미의뇌-뇌정- 뇌정지. 뚜뚜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동기에게는 카톡으로나마
축하 이모티콘을 몇개 보내고.
야. 정말 거기 가고싶었나보더라 너. 축하해!
하고선. 
 
나는 한동안 어느 주차장-에 주차된 나의 애마-안에서 
운전석 좌석을 최대한 뒤로 눕혀 핸들 위에 두 발을 꼬아 올린 채로
나의 이 알쏭달쏭한
퇴보-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듯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패배주의자-
그러나 패배를 자처하는 이상한 사람.
 
여튼- 
실업급여는 앞서 말했듯이 올 6월로 끝이 났고. 
나는 더이상- 구직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 
 
단 1번이라도- 억지로 -구직을 할- 필요가 -없단 말이다. 
 
오토노미. 
정말 많은 감정과- 패배와- 후회?-는 아니지만 뭐.
파노라마-가 눈앞에-
운전석에 기대 누워- 멍하게 주택가 하늘을 볼 때- 
파도처럼 밀려오더란 말이다.
오토노미. 
너 이제 그러지말자. 
 
그러지 말자 일단- 하는 다짐이 
가-----까스로 섰다. 
 
휴. 
 
무슨 마음인지 아시겠나- 여러분.
 
인간이 이렇게 간사합니다. 
 
직장생활 싫어효.
나 이제 예술가 할래효.
나 작가 할래효.
사표. 퉤퉤퉤.
계약만료. 퉤퉤퉤. 
하고 뛰쳐나올 땐 언제고. 다시 응? 다시 (나에게 있어서는) 감옥으로 들어가려그래? 
안돼안돼 퉤퉤퉤.
 
나는 그렇게 가까스로 나의 혼란한 마음을 붙잡고. 
검은 때들을 후두둑 털고- 원래의 안정감-가득-마음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휴. 이렇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이 글을 꼭 쓰고 싶었다. 
 
예술가로서의 인이 박혀있지 않은 나- 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직장인-으로 돌아가려는 관성이- 
나를 지배할-뻔 했는데. 
 
안 된다.
단단히 멘탈을 부여잡아야만 한다. 
 
작가로서-
내가 쌓아올려야 할- 인고의 시간들이 얼마나 많겠느냐.
참아라. 참아야 한다. 
아니지. 이건 참는 게 아니지!
니가 하고싶은 걸 진짜로 하는 것이지!
 
용기있어- 야 해! 
오토노미. 
 
그래 이 말이다. 
바로 내가 쓰고 싶었던 한 마디. 
 
용기- 있어-야- 해!
 
이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쓰고 싶은 한 마디를 뱉어냈으므로 
약 0.5kg가 빠졌을 것이다. 
 
올레.
야호.
 
 
이만 글을 줄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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